제목피켈의 역사에 대하여2021-07-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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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켈의 역사에 대하여

피켈(pickel)은 등산용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용구입니다. 피켈이 개발된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유럽 알프스의 4,000m급 산들이 잇달아 초등되기 시작한 알프스 등산의 황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프스의 황금시대란 1854년 베터호른(Wetterhorn) 등정에서 시작된 근대 등산운동이 1865년 최후의 난봉으로 남아있던 마터호른(Matterhorn)이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에 의해 초등정될 때까지의 10년간의 기간을 말합니다.

이 시기 이전에는 근대 등산의 여명기로 거의가 장비를 쓰지 않고 산에 올랐습니다. 등산용구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황금시대에 들어오면서부터입니다. 자연히 눈과 얼음이 덮인 까다로운 산에 오르자면, 눈과 얼음을 찍어 몸을 지탱해야할 용구의 필요성 때문에 나무를 자를 때 쓰는 도끼(Axe)로 얼음을 깎아 발판을 만들었고, 몸을 지탱하고 빙하의 크레바스를 탐색하기 위해 지팡이(Alpen stock)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도끼와 지팡이가 별개의 용구로 따로 쓰이던 시대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이 두 가지 용구를 하나로 결합하려는 착상이 피켈을 탄생시키게 된 동기였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산을 직업으로 삼는 샤모니의 등산안내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등산용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도끼(Axe)가 처음으로 고정되어 만들어진 것은 1854년 알프레드 윌스(Alfred Wills)가 베터호른을 초등할 때였습니다. 윌스의 베터호른 등정은 알프스 황금시대의 개막이라고도 불리는 역사적인 등산이었습니다. 이 때 윌스가 고용한 베르너 오벌란트의 한 가이드가 도끼와 지팡이가 결합된 새로운 피켈을 만들어 가지고 등산에 참여했습니다.

윌스가 남긴 기록을 보면 당시 이들이 가져온 도끼 겸용 지팡이는 설산에서 쓰기 좋도록 만들어진 용구였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이 용구는 4피트 정도 길이의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그 끝에는 강철로 된 피크와 다른 한쪽 끝에는 4인치 정도의 무거운 철로 된 머리를 붙여 한쪽은 얼음을 깎기 위한 날카로운 날을 세워 유리를 자르는 칼날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얼음을 깎는 부분은 현재의 블레이드(Blade)처럼 수평이 아니었으며, 샤프트(Shaft)와 평행이 되도록 수직을 이루고 있어 큰 도끼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기록은 윌스가 1856년에 펴낸 <알프스의 방랑(Wanderings Among the High Alps)>에 자세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피켈의 기본 기능은 알프스 등산의 황금시대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피켈은 등산을 돕는 목적 이외에도 때로는 암살용 흉기로 둔갑한 적도 있습니다. 1940년 8월 소련의 혁명가이자 독재자 스탈린의 정적이었던 트로츠키는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스탈린이 보낸 자객의 피습을 받고 사망하였습니다. 이 때 자객이 사용한 흉기는 프랑스 제품의 시몽 피켈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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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으면
오랜 나의 산 친구여 전하여 주게
어머니에게는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나는 어머니의 곁에 있으니 아무 고통도 없었다고
그리고 사내답게 죽어갔다고
아버지에게는 전하여주게
아우에게는 너에게 바톤을 넘기는 것이라고
그리고 다정한 아내에게 전하여주게
내가 돌아가지 않더라도 꿋꿋이 살아달라고
당신이 옆에 없을 때에도
내가 항상 살아왔듯이
자식들에게는 내가 오르던 고향의 바위산에
나의 애탄 손톱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그대에게
나의 피켈을 집어주게
피켈이 치욕 속에 죽어가길 나는 바라지 않나니
어느 날 아름다운 페이스에 가지고 가서
그 피켈을 위한 조그만 케른을 쌓고
거기에 피켈을 꽂아주게
빙하 위에 빛나는 새벽의 빛을
능선 위에 붉은 저녁 햇빛을
나의 귀여운 피켈이 되쏘아 비칠 수 있도록

나의 친구 그대에게 전할 선물
나의 함마를 받아주게
그리고 화강암에 피톤을 박아줄 것을
그것은 몸서리 칠 만큼 나의 유체를 흔들었나니
암벽이나 능선에 한껏 그 소리가 울리게 하여주게
아아, 친구여 나는 그대와 함께 항상 있나니

-로제 듀프라의 시 그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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